그 어느 해보다 더 깊이 가을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찾아왔다. 달리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 불길함이 찾아온 날, 참을 수 없어 삿포로 한 캔을 샀다. 눈에서는 아무것도 흐르지 않았는데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산 삿포로였다. 노랗고 커다란 별 하나 띄워놓고 그래 너 밖에 없구나, 주절거리는데 봄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 너 밖에 없구나. 한 캔을 다 비우도록 갈증은 없어지기는커녕 더 깊어졌다. 가을처럼. 달리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삿포로 한 캔을 비우고 차가운 방바닥에 드러누워 흐릿한 전등을 멀거니 바라보는 일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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