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30. 16:40

사흘간의 공연이 끝나고, 누군가에 의해 시간이 지워지기라도 한 것 같았는데, 그걸 미처 모르고 지낼 만큼 단련이 된 건지 마음을 놓아버린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공연이 끝나고, 스튜디오 식구들과 1층 카페 누나들과 조촐히 또 한 번의 회식을 했다. 시작은 좋았다. 고기에 소주를, 기분 좋을 만큼 마셨고 2차로 또 소주를 마셨다. 어쩐지 누구와든 수다를 떨고 싶어 B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만 울고 말았다. 골목 어딘가에서 한참을 울먹이며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웬 남자가 담배를 물고 나타나 손에 휴지를 쥐어주었다. ‘시끄러우니 다른 데 가서 마저 울라’고. 그걸 또 B에게 생중계를 하며 화장실에 휴지를 버리곤 조금 더 울다가 다시 술자리로 돌아갔다. 아무 일 없던 듯 또 술을 마시고 억지로 끌려간 노래방에서 맥주와 함께 두 곡이나 부르고, 갑자기 떨어지는 장마비와 함께 새벽 즈음 집으로 돌아왔다.













B와 통화를 하면서는 제법 쿨하게 웃어넘겼는데 집에 돌아오니 그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내 절박함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귀찮은 것일 수도 있다. 그건 누군가를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일이다. 갈 데 없는 손가락질을 끌어안고 잠들 던 밤, 기억 속에 깊이 박혀버린 그 한 잔의 술은 술로 지우는 수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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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zay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