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5. 17:40
어제‘도’ 술을 마셨다. 급성위장염에서 벗어난 뒤로 술 못 먹어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월요일은 맥주를, 화요일은 쉬었는지 마셨는지 기억이… 수요일은 칵테일과 소주를, 목요일은 소주를 마셨다.
모두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고 했고 따라서 매우 보람찬 술자리였다. 하지만 아쉽다. 특히 어제의 술자리. 빈속에 술을 부었고, 끝내는 얼마간의 필름을 잘라냈다. 잘라버린 필름 속에는 ‘너 미워’라는 내용의 페이스북 포스팅이 들어가 있고, ‘별로예요’라는 카카오톡 일갈이 들어가 있다. 맙소사. 어젯밤의 나는 꽤나 불량했다. 맙소사. 증언에 의하면 꽤나 과격하게 애교를 부렸다고 한다. 맙소사. 어젯밤에는 클라이언트와 파트너 사이에 선 사람들과도 함께 한 자리였다.
지금까지는 비록 필름에 가위질을 하는 순간에도 특별히 되바라지거나 불량해지진 않으므로 크게 걱정은 안 했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상이다’라고 생각해도 들려오는 증언은 ‘귀여웠다’로 마무리되곤 했는데 어제는 조금 걱정이 된다. 뜬금없는 불량함의 근원이 어디였는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리가 없으므로 정신에 시멘트라도 발라 공고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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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zay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