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3. 13:43

얼린 연어가 녹으니 먹을만하던 연어샐러드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일을 했다. 일이라기보다는 그저 노동이었다. 사수는 ‘현장에서는 다르다’며 겁을 잔뜩 주었는데 ‘뭐여, 시방’ 싶을 정도로 고요하게 일사불란하게 시간은 흘러갔다. 신데랄라라도 된 듯 자정이 되자마자 일이 끝났고 주차 때문에 잠시 소동을 겪기는 했지만 무사히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조금 지쳐서 자동차 보조석에 늘어져서 야경을 바라보는데 운전이 하고 싶어졌고 뒤이어 술 생각이 간절해졌다. 스튜디오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 집 앞에서 내릴 기회가 있었는데 ‘시마이까지 같이 해야죠, 형님’이라는 말로 걷어찼다. 도시락 서른 여개를 촬영하는데 투입됐던 세 사람 중에 내가 제일 한 일이 없었으니 ‘시마이’까지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이 ‘야생 체질’이라는 칭찬이 돌아왔다. 비에 젖은 야경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술은 더 간절해졌다. 스튜디오에 짐을 부려놓고 그를 불러냈다. 퇴근길에 ‘퇴근길’에서 한 잔 하기로 했다. 노동 후에는 노동酒를 마셔야지. 새참으로 마시는 막걸리처럼, 도시에서는 일이 끝나면 소주를 마셔야지. 오랜만에 사케를 마시고 싶었지만 어쩐지 사치 같았고, 채소 안주가 소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구를 할 때라고 생각해 연어샐러드와 소주를 주문했다. 최근의 그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 두 병째 소주를 주문하면서 그가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사실이 생경했다. 그의 말처럼 서로 귀를 닫은 채 듣고 싶은 말만 들었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첫 인상이 중요하다는 말, 자꾸 생각난다. 그래… 평행선을 걷는 거겠지. 어쨌든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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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zay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