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2. 03:04

술을 마실 때는 소주, 소주를 마실 때는 고기를 먹는다. 고기라면 가리지 않고 먹지만 돼지고기를 가장 좋아한다. 두툼하고 기름진 고깃덩이! 제주도에 가서도 3박 4일 내내 회는 입에도 대지 않고 돼지, 돼지, 돼지의 나날을 보냈었다. 하루는 삼겹살, 하루는 모듬, 하루는 도가니. 아, 고기. 머리부터 뼈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돼지고기. 소고기처럼 인정머리 없이 기름기 하나 없는 것은 싫다(집에서는 고기에 붙은 기름이란 기름은 모두 잘라내고 먹었는데, 그토록 인정머리 없는 집안에서 나 같은 인물을 배출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물론, 소고기도 기름기 충만한 부위가 있겠지만 돼지고기에 비할까.
한때, 어린시절의 섭식 습관 때문이겠지만, 돼지갈비를 주로 먹곤 했지만 지금은 주로 삼겹살을 먹는다. 오겹살이면 더 좋고. 불판에 척, 올렸을 때 알맞게 달궈진 불판이 치이이이이익, 소리를 내며 고기를 굽기 시작하면 일단 소주 일잔. 반쯤 익었을 때 심심하니까 또 일잔, 다 익으면 익었으니까 일잔. 고기가 익기도 전에 소주 석잔을 비우는 걸 보면 아무래도 고기보다는 술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빗소리를 들으니 술이 땡긴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탐스러운 고기와 함께.

사진은 정확히 어디라고 꼬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절두산공원 근처 주먹고기집. 아, 탐스러운 고기와 참이슬 옷을 입은 처음처럼과 이글거리는 불빛. 배고프다. 술고프다. 
Posted by izay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