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4. 15:13
아주 오랜만에 홈플러스에 갔다. 오랜만에 희끄무레한 하늘 아래로 바람이 불었고 걷기에 좋은 날씨였다. 월드컵경기장까지는 대략 4킬로미터. 걷기 좋은 거리다. 컨디션이 허락한다면 왕복으로도 거뜬히 걸을 수 있는 거리다. 홈플러스 홈페이지에서 시뮬레이션한 비용보다 7만원 정도 더 썼는데, 리스트에 없는 물건이라고는 수입 맥주와 몇 가지 먹을거리뿐이어서 깜짝 놀랐다.


수입 맥주 5명을 1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고심 끝에 5병을 고르고, 5병을 더 고를까 하다가 예산 걱정도 아니고 무게 걱정 때문에 참았다. 5병의 맥주는 맛과 가격을 떠나 순전히 디자인만 보고 골랐다. 그러다 보니 전부 이름도 생소한 것들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건담 프라 모델을 넣어두는 장식장 위에 5병의 맥주를 -이 장식장이라는 것도 와인 상자를 재활용한 것이다- 늘어놓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일단 시원해져야 했으므로, 그동안 미뤄 두었던 냉장고 성에까지 제거하고 -성질도 급해 두꺼운 얼음을 마구 뜯어냈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냉동 기능은 없지만 냉동실처럼 생긴 칸에 맥주들을 넣어 두었다. 그리고 일요일 점심에 한 병, 저녁에 한 병을 마셨다.
맥주는 다른 술과 달리 마음 편히 음미하면서 마실 수 있는 술이기도 한데, 그가 맥주를 즐기지 않으므로 ‘누가 더 많이 마시나’를 경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과연, 맥주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더라. 이름도 기억하기 어려운 수입 맥주의 맛을 기억한다 해도 다시 찾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겨우 3병 남았고, ‘수입 맥주 5병에 1만원’은 6일이면 끝이 나고, 자꾸 맥주 생각이 난다. 기간 내에 입금이 된다면, 그리고 또 걷고 싶어진다면, 몇 병 더 쟁여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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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zay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