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3. 15:05












비가 계속된다. 하릴없이 기분은 말랑말랑하고, 게다가 미오(7월 5일부터 함께 살게 된 2개월짜리 암고양이, 거리출신)는 자꾸 경계하고, 미오와 어떻게든 친해지겠다는 일념으로 베란다에 머무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다. 마냥 멍하니 있기가 심심해서 맥주 한 캔을 들고 들어간다. 이틀, 사흘쯤 그랬다. 그러다 어제는 이것도 습관 들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 때문인지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요즘엔 제법 잠을 잘 자긴 하지만 그래도 매일 맥주를 한 캔씩 먹다가는, 일껏 내려간 살이 다시 올라오기는 순식간이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오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 저것이 친해지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맥주나 홀짝거리며 무관심하게 책이나 보고 앉았으니, 게다가 화장실 가는 길을 떡하니 막고 있으니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위안인 것은 미오를 무릎에 올려놓아도 내려가려들지 않게 됐다는 것. 문제는 다리가 저리고 엉덩이가 아프다는 것. 그걸 잊기 위해서라도 맥주를 마셔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는 것.
그리고 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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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zay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