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6. 17:37
꽤 오랜만에 K와 찜질방에 갔다.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결정이었으므로, 찜질방이 신림에 있다한들, 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찜질방에 도착하자마자 미역국과 제육덮밥을 해치우고 냉커피 한 통을 들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땀을 빼고, 맥반석 달걀 세 알과 냉녹차 한 통을 해치우고, 세신 예약을 한 뒤 무한도전을 보았다. 꽤 오랜만에 몸을 맡겼는데, 아줌마는 내 등에 사는 고양이 미오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고양이 주제에 누워 있으며, 도무지 개인지 고양이인지 알아보기가 힘들다는 게 그 이유일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게 장장 7시간을 찜질방에서 보내고 나왔다. 당연하게도 배가 고팠고, 우리는 K의 집 근처에 있는 단골 포차로 이동했다.

매운 것이 조금 흠이지만 무려 오겹살이 들어간 돼지김치볶음과 쫄깃한 수제비가 푸짐한 깔끔한 조개탕. 이 집의 단골인 K를 알고 있어 행복할 정도다.


우리는 내가 사랑하는 돼지김치볶음과 K가 사랑하는 깔끔한 조개탕, 소주 한 병과 맥주 500cc 한 잔을 시켰다. 사장님은 K를 알아보고 돼지김치볶음을 푸짐하게 내 주셨고, 반쯤 먹은 깔끔한 조개탕을 데워 주시며 수제비를 추가해 주셨다. 단골을 겪하게 아끼는 사장님 덕분에 K와 나는 정말 든든히 먹고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술자리에서의 화두는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 것이므로, 가족 이야기가 나왔다고 해서 놀라울 것은 없었다. 소설과 주변인과 가족 이야기가 돼지김치볶음처럼 빨간 고추장에 범벅이 되어 우리들의 입 속으로 넘어갔다. 오물오물 안주와 자랑할 것 없는 가족사와 예쁠 것 없는 주변인을 집어 삼키면서 우리는 어떤,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유유상종 네 글자로 묶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연대의식이랄까. 소주 한 병과 맥주 500cc 두 번째 잔이 비어갈 때쯤 M과 A가 합류했다. 주변인과 주변인의 주변인에 대한 이야기를 서비스로 나온 파전과 추가로 시킨 꼬막과 함께 주워섬기곤 집으로 돌아갔다. 술김에 사과가 어쩌구 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틀 뒤 그 사과 어쩌구 하는 글을 다시 보곤 술 먹고 주정 부리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열어 본 돼지김치볶음과 깔끔한 조개탕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심지어 배가 고파진다. 하아.
Posted by izay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