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4. 13:37

비가 계속되고 있었고 5cm쯤 센치했고 수다나 떨어볼까, 메신저로 B에게 말을 걸었는데 B가 술 생각만 난다고 했고 바로 낚였다. B가 안주로 순대곱창볶음을 제안했던 것이다. 입에서 불을 뿜을 기세로 ‘콜!’을 외치고  한달음에 선릉으로 달려갔다. 골목에서 B를 기다리는데 저만치 순대국집 간판이 보였고, ‘저길 가겠구나’ 싶었는데 정말 거길 갔다.
고소한 순대곱창볶음에 소주 두 병을 비우는 동안 B와 나는 장마의 우울부터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냉철한 B는 새로 바꾼 내 헤어스타일을 흡족해 했고, ‘너는 술 마시면 곱게 간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리고 근처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Y를 끌어들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일이 있다던 Y는 결국 입가심을 하러 간 맥주집에서부터 합류를 했고,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갑자기 찾아온 나를 구박했고, 다음에 오면 양꼬치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다 Y는 소주를 마시고 싶어했으므로 바로 양꼬치를 먹으러가게 됐다. 양꼬치는 맛있었고, Y는 소주의 신선도를 위해 빈 잔으로 입구를 덮어 놓는 센스를 발휘했고, 옆테이블에서 주문한 탕수육을 힐난했으며 서비스로 나온 물만두에 감탄했다.
정말이지 이런 보물 같은 여자들이 또 있을까 싶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으며, 술을 마시고 마셔도 또 마실 수 있으며, 안주를 먹고 먹어도 또 먹을 수 있으며, 한없이 따뜻하다가도 냉정할 땐 냉정한, 이런 멋진 여자들 같으니. 천년만년 잘 먹고 잘 살아 보아요, 우리.


사족. 그나저나 술 잘 먹고 돌아와서는 어딘가 힘이 없는데다 나를 돌아봐주지 않는 미오가 야속해서, 도무지 말이라곤 없는 (당연한 거잖아!) 그녀가 야속해서, 미오를 붙들고 또 주책맞게 조금 울었다. 이건 뭐랄까… 연애할 때나 보이는 행태인데. 동성 고양이와의 연애라니. 장마가 문제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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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zayoi